경력 휴식기 회고 (2022.11–2023.05)
백수의 취업 준비 기록
놀고 먹다 진짜 취업 ‘준비’ 만 했다!
주변에 나처럼 퇴사하고 쉬는 사람들이 점점 보인다. 지금이 2030 비경제활동인구가 역대 최고치라고. 채용 시장이 나쁜 것은 사실이고, 제안도 예전만큼 안 오는데 심지어 내가 회사를 찾는 것도 어려워진 요즘이다.
그간의 경험 때문일까. 취업이나 채용이나 늦더라도 신중하게, 보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인데(하지만 빠르고 신중하다면?), 때문에 맞는 회사를 찾기 더욱 어렵다. 지인에게 물어보면 채용 바가 오르다 못해 TO도 없다는데 뭐 어쩌겠는가. 퇴사는 전혀 후회하지 않지만 시기는 확실히 좋지 않다. 창업멤버가 뭐라고 남들 연봉 파티할 때 못 즐기고… 1년이라도 더 일찍 그만둘걸!
취업 준비 4개월 차 시작
취업 준비를 너무 물로 봤나 보다. 해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시작일로부터 6주를 목표로 잡고 4월 중순에는 지원하고자 했었는데 벌써 3개월이 지나 6월 초라니.
이력서는 얼추 마무리되었고, 과제는 대비할 게 없고. 이제 회사 찾기와 코딩 테스트, 그리고 면접 준비만 남았는데, 면접에서 나라는 사람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지 않을까? 실제로 내 의견과 같은 피드백을 받았고, 때마침 EO 유튜브 채널에도 비슷한 내용이 올라왔더라.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무슨 경험을 쌓아왔는지. 가진 능력은 무엇이고, 하고 싶은 일과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제품이 어쩌고 채용이 저쩌고 리더십은 어쩌고 저쩌고. 대답 자판기 같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죄다 흐릿하다. 지금의 난 그냥 젤다의 전설이나 하고 싶은 걸?
슬슬 이력서를 제출할 때가 되었고(이미 몇 개 내긴 했다), 기억을 더듬고자 회고라는 극약처방이 필요했다. 면접관이 물어보면 대답은 해야 할 거 아냐.
작성해야 할 회고록은 두 가지.
- 경력 휴식기 회고 (지금 읽고 있는 이 글)
- 커리어 회고
쉬는 동안 뭐 하셨어요?
네, 적당히 놀았습니다.
잘 쉬기 (장기 요양?)
큰 이벤트라면 여자친구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국내 여행도 몇 번.
기간으로 따지면 휴식이 절반 이상인데, 누구에게 보여주고자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내가 Medium을 선택한 이유)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다루고자 운영하는 블로그도 아니라서 생략.
밀린 잡일 하기
드디어 미루고 미루던 운전면허를 땄다. 솔직히 어렵진 않았는데 도로주행은 시험 당일 너무 긴장한 나머지 코스는 완주했으나 점수 미달로 탈락. 우황청심원 먹고 두 번째 시험에서야 합격했다.
그리고 이틀간의 벼락치기로 컴활 1급 필기에 합격했다. 커리어에 도움도 안 되는 걸 왜 하느냐? 이것만 따면 학점은행 전문학사 학위가 나오는데도 10년을 방치한 탓에 이번 기회에 해치우기로 했다. (공부가 너무 좋아서 10년 동안 했습니다 ㅎ) 언젠가 편입할지도 모를 일이니 올해엔 꼭 끝낼 계획. 한다면 개발 말고 다른 전공을 해보고 싶다. 웹 퍼블리셔 시절 접근성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사람에 대한 이해. 그 자체에 관심이 생겨서 말이지.
글쓰기
시원하게 망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 계획과는 거리가 완전히 멀어졌다. TIL은 TIL이 아니게 되어버렸고(글 하나에 이틀을 쓰는데 어떻게 TIL?), 글도 많이 쓰지 못했다.
일단 잡설 겸 회고 카테고리를 나누었는데, 회고는 지속하고 TIL은 앞으로 템플릿을 바꾸어 GeekNews처럼 써볼 생각이다. 일단 쓰기 쉬워야 자주 하는 법. 그래도 쓰는 게 어딘가? 장하다.
개발자가 개발을 해야지
마지막 직장은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마친 후, 처음으로 자유 의지로 선택한 회사다. 동시에 첫 스타트업이고, 창업멤버로서 가장 오랜 기간(3년 11개월) 다니기도 했다.
바닥부터 겪었기에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지만(안녕하세요, 우물 안 개구리입니다), 돌이켜 보면 개발자로서의 성장은 썩 만족스럽지 않다. 테크 리드가 아니라 UX 팀 리드를 맡았던지라 상대적으로 개발에 소홀했고, 무엇보다 개발은 본업인 만큼 기대치가 높은 걸지도.
개인적인 아쉬움을 떠나서라도, 이번 휴식은 처음부터 장기간으로 계획된 것이었기에 개발을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성장을 위해 어렵지만, 재미있어 지속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하자고 생각했고, 필요로 했으나 제대로 다루어보지 못했던 기술들과 함께 Pigyuma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여전히 SSR, E2E, CI/CD는 제대로 다루지 못해 아쉽지만.
엄연히 따지면 취업 준비가 아닌 휴식기에 진행했던 프로젝트이기에 스스로에게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제법 열심이었던 걸 보면 처음부터 오픈 소스나 수익을 노린 프로젝트를 할 걸 하고 후회 중. (내 꿈은 창업) 시간이 되면 문서화하고 경험도 글로 풀어내야지.
취업 준비를 시작한 이후로는 재활치료 목적으로 간단한 프로젝트 하나를 진행했다. To-do List는 아니지만 딱 그 정도 수준의 프로젝트. 완성할 계획도 없고 과제 전형을 대비해 자주 쓰이는 기술을 다뤄보는 정도였는데,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여기서 궁금했던 기술도 다뤄 볼 계획이다.
얘야, 취업은 대체 언제 하려고 그러니?
진짜 회고 시작이다. 지금까지의 취업 ‘준비’ 성과(?)는 이렇다.
- 이력서(PDF, Notion) 완성
- 3번의 모의 면접
- 4번의 커피챗
- 1번의 서류 탈락
- 1개의 서류 검토 중인 회사
- 1개의 서류 합격 후, 과제 전형 중인 회사
- 1개의 서류·과제 합격 후, 면접 예정인 회사
- 2–3개의 지원 예정인 회사
커피챗
취업 준비와는 별개이지만, 2023년 새해 목표로 가능하면 커피챗을 수락하려고 노력 중이다. 일종의 훈련인 셈. 일로 만난 사이라면 모를까 굳이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거나 어울리는 건 꺼리는 편인데, 이런 성향이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당연히 모든 제안을 받지는 않고 관심 가는 회사 위주로만 받았는데, 지금까지 4개의 회사와 커피챗을 진행했다. 2022년 10월까지는 링크드인으로 커피챗 요청이 쏟아졌고 나는 단 하나도 수락하지 않았는데, 정확하게 퇴사 이후로 끊긴 걸 보면 시장 상황보단 백수의 영향이 큰 듯. 취준생은 숨만 쉬어도 서럽다.
이력서 쓰기
입사 지원은 처음부터 PDF로 할 계획이었지만, 이력서 겸 포트폴리오를 만들고자 Notion과 Oopy를 선택했다. 외부의 제안을 노린 것은 아니고, 커피챗 등의 이유로 필요할 때 쉽게 전달하려고.
작성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내용이 알차단 뜻은 아니다) 공간도 넓은데 내가 했던 일들을 모두 담으면 되겠지. 다만 개인 기록을 남기지 않은 건 아쉬웠다. 분명 회사 Confluence와 GitHub Wiki에 문서화해두었지만 떠나고 나니 이게 다 무슨 소용?
아무튼 완성된 Notion 이력서. PDF 이력서는 이를 기반으로 작성하고자 했는데…
첫 PDF 이력서는 무려 7페이지였다.
시작은 프로필, 커버레터, 연락처, 경력, 학력, 수상내역, 자격증으로 2페이지를 채웠다. 이어서 경험을 작성하고 보니 5페이지가 더 늘더라.
스스로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미 줄인 결과고, 커리어만으로 매력적인 지원자가 아니라면 최대한 자세하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이력서는 짧아야 좋다는 얘기도 익히 들었지만, 그땐 개발자 이력서와 타 직무 이력서의 차이인 줄 알았지.
예? 제 이력서가 쓰레기라고요?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내가 아는 사람과 이력서상의 인물이 다른 사람 같다.’
경험 삼아 지원한 회사의 서류 탈락과 동시에 지인에게 이력서 첨삭을 요청했다. 고작 한 건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건 아니고, 그냥 완성도 되었겠다 싶어서.
가장 먼저 받은 피드백은, 경험에 핵심이 없다더라. 모든 경험이 뼈가 되고 살이 된다지만 나를 증명하는 건 성과뿐. 심지어 가능하면 수치로 표현하라는데… 나를 알고 지내던 지인들은 이해할 테지만 나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었다. (창업멤버지만 일단 내 잘못은 아닌 듯?)
취업 준비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방황했다. 내 커리어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야 퇴사 전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모르는 꼴이라니. 다행이라면 내용이 맘에 들지 않으니 빼는 건 더 이상 어려움이 없었다.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고자 또 다른 지인에게 이력서 첨삭을 요청했다. 읽어 보더니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게 이력서에서도 보인다고. 특히 디자인 시스템은 쓰기 싫은데 억지로 쓴 거냐고 물었다. 그럴 리가 있겠니?
- 개발자로서의 성과가 부족한 건 안타깝지만, 여기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 회사와 제품의 생존을 위해 영역을 가리지 않고 문제 해결에 뛰어들었고, 이게 본인의 장점이라 생각한다면 적어라. 대표적으로 UX 팀을 만들어 이끈 것.
- 개발자로서 만족할만한 성장을 이루고자 토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면 적어라. 충분히 매력적인 프로젝트다. (Pigyuma보다 있어 보이는 이름으로 지을걸!)
- 블로그도 아깝다.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들도 글로 풀어서 어필해라. (어떻게든 숨기려고 Medium에다 쓰는 건데..?)
관통하는 가장 큰 문제는 가진 경험 중, 무엇이 좋은 재료인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나를 파악하고 내 강점을 내세우기보다 남의 이력서에 너무 의존하고 있었을지도. ‘아하 이런 걸 적는 거구나, 근데 나는 이런 경험이 없는데?’ 의 무한 굴레.
두 번째 첨삭에서야 비로소 방향을 찾았고, 이력서를 전면 재작성하기로 했다.
반성의 이력서 작성 스터디
방향을 찾았다고 끝이 아니다. 문득 생각해보니 그동안 보고 배운 건 예쁜 이력서를 만드는 법이었지, 그게 좋은 이력서는 아니더라. 애초에 좋은 이력서가 무엇인지 고민한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보면 이미 서류와 과제 전형을 통과한, 가뭄에 콩 나듯 들어오는 이력서를 샅샅이 파악해야 하는 입장인데 거르는 건 인사 담당자의 몫이지 내 몫은 아니었는걸.
그래서 글을 썼다. 크게 깨달은 것은세 가지.
- 이력서는 실무자보다 인사 담당자가 먼저 읽는다. (스크리닝)
- 나의 Notion 이력서는 사실 이력서가 아니라 포트폴리오였다. (이러니 PDF에 옮겨 적을 만 했겠냐고)
- 이력서는 나를 판매하기 위한 하나의 제품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력서 완성?
먼저 경험의 범위를 개발로 국한하는 것을 피하고자, 이력서의 Projects 영역을 Contributes로 바꾸었다. 이미 첫 이력서 첨삭에서도 contributes를 작성하면 좋다고 조언받았지만, 너무 무지하면 떠먹여 줘도 못 알아듣는다.
방향이 잡히니 공부한 것도 써먹게 되더라. 솔직히 PDF 이력서가 이미지 같이 다양한 정보를 담기에 적절한 매체는 아니지 않나? 이력서는 키워드와 짧은 문장으로 호기심을 유발해, Notion 이력서로 유도하는 전략을 세우고, 월 $20로 맺어진 내 친구 ChatGPT에게 전략을 검증했다. 역시 자네야, 이거 믿어도 되는 거지? (근데 지금은 절교했다)
덕분에 분량은 3페이지로 줄었다. 기본 정보 1페이지, 경험 기술(Contributes) 2페이지. 웹 퍼블리셔 경력은 과감히 쳐냈고, 경험도 비교적 자신 있고 가능하면 임팩트가 컸던 일만 담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더 쳐내는 중이고.
이제 리크루터의 스크리닝 인지 부하는 줄이되, 실무자에게 검토 요청이 들어갔다면 링크를 눌러 Notion 이력서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볼 것이다. 물론 가설이지만.
아무튼 드디어 지원할 양심이라도 갖춰진 이력서가 완성되었다. (하지만 이력서를 공개하기는 싫다!) 주변의 반응이 한결 나아진 걸 보니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어도 서류 광탈은 면하겠다는 뜻 아닐까? 다만 여전히 성과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점은 아쉽다. 수치를 안 쟀는데 어쩔 거야.
여담으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커리어가 매력적인 지원자는 이런 거 다 무시해도 가독성만 괜찮으면 좋아 보이더라. 그들과 나를 동일선상에 놓아서는 안 되겠지만.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밀도 있는 경험을 했는지인데, 나같이 부족한 사람은 포장하기 급급할 뿐이다.
보라는 면접은 안보고
취준생이라는 양반이 이러고 있느라 면접은 하나도 안 봤다. 면접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고. 일단 관심 없는 회사 위주로 먼저 지원해서 면접부터 보란다. 일리는 있지만 그렇게까지 해야 해? 싶어 모의 면접만 3번.
첫 모의 면접은 아직 이력서도 없던 때, 같은 FE 개발자인 여자친구가 봐주었다.
주로 협업이나 컬쳐핏에 관련된 질문이었다. 어려운 질문은 하나도 없었지만 즐거운 백수 생활, 머리를 텅 비우고 살았는데 답변이 바로 나올 리가. 가치관이 바뀐 것은 아니기에 사석에서야 바로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이지만, 면접 답변치고는 몹시 민망한 수준으로 대답했다.
이미 예상한 결과였고 기대도 안 했다. 내일 있을 두 번째 모의 면접을 위해 매라도 먼저 맞고자 했던 거라. 말로는 임기응변이 잘 안되어서 발표라도 잡히면 리허설만 밤새 하는 편인데 이 성향은 도대체 어떻게 안 되는 건지.
바로 다음 날, 두 번째 모의 면접은 친구 집들이 겸 성사되었고, 링크드인 프로필을 전달한 채, 네이버·카카오·토스 3명을 앉혀 두고 모의 면접(이라 부르고 공개 처형식!)을 시작했다.
질문은 주로 경험 관련. 웬걸, 내 생각보다도 대답을 잘했다. 매도 먼저 맞았던 게 도움이 되었던 걸까? 아님 컬쳐핏보다 경험 질문이 직관적이라 대답하기 쉬웠던 걸까? 아무튼 내 생각만은 아니었는지 평가도 괜찮았는데, A를 질문했을 때 A를 이해하려면 B가 필요하겠구나 싶어 설명이 길어지는 건 아쉬웠다고 한다. 이해하기엔 쉬웠겠지만, 자칫해서 더 길어졌더라면 핑퐁이 오고 가지 않아 길을 잃을 뻔했다고. 어차피 궁금하면 물어볼 텐데 말이다.
그리고 세 번째 모의 면접. 집들이 멤버 중 한 명이자 이력서 첨삭을 도와준 친구다.
질문은 경험과 컬쳐핏이 주를 이루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시원하게 말아먹었다. 경험이고 컬쳐핏이고 모두. 두 번째 모의 면접에서 우려했던 일이 반복해서 벌어지면서 완전히 망쳐버렸다. 마침 번아웃 조짐이 보이던 때였는데, 망친 것보단 시간 내서 도와주었는데도 준비를 전혀 하지 못한 채로 임한 게 미안할 따름.
그나저나 다들 기술 면접은 안 봐주더라. 과제 기반으로는 묻더라도, 그 경력에 단순 기술 질문은 대기업 아니면 안 받을 것 같다고. 난 블로그에 뭘 쓴 거야 대체?
이력서에 비해 짧게 끝내는 것 같은데, 이제 준비를 시작하는 처지라. 앞으로 클로바로 녹음해둔 걸 복기해서 문제를 파악하고, 이어서 스토리텔링 해보려고 한다.
과제 전형
5월 중순, 사내 추천 제도로 이미 채용 프로세스를 밟고 있던 회사의 과제 전형이 시작되었다. 과제는 앱의 간단한 기능 구현이었고 개인적으로는 쉬운 편이라 생각했다.
다만 재활치료가 충분하지 않았던 탓일까? 너무 꼬아서 접근한 탓에 과하게 만들어 버렸는데, 설계 자체가 나쁘다기 보단 실제 제품이었다면 어울리지 않을 설계를 해버렸다. 문서에 실제로 그렇게 적기도 했고. (물론 실제 제품과 동일한, 일반적인 환경은 아니긴 했지만) 지인에게서 생각보다 과제에 엄청 공들일 필요는 없더라는 조언을 받았는데, 조언이 아니었다면 완전히 갈아엎었을지도 모르겠다.
결론은 합격했고 면접 예정. 선택 과제까지 모두 구현했고, 띄엄띄엄 해서 7일 중 모의 면접일을 제외한 6일을 썼는데, 일하는 것처럼 시간으로 계산한다면 4일 정도 쓴 것 같다. 이것도 손이 안 풀려서 그렇지, 비슷한 타입의 과제를 또 만난다면 2–3일까지 줄일 수 있을지도.
그리고 어제부터 다른 회사의 과제 전형이 시작되었다. 이쪽도 과제의 타입이나 난이도, 분량 모두 비슷하다. 다만 모든 과제가 필수라는 점. 직장인을 배려했는지 시간을 길게 주었는데,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난 면접 준비하느라 바쁜 몸인 걸?
번아웃, 다시 시작
첫 과제 전형 시작을 며칠 앞두고 컨디션이 좋지 않음을 계속 느꼈는데, 결국 과제를 마무리 짓고 열흘 정도 쉬었다.
나는 계획형 인간이 결코 아니지만, 큰 그림이 틀어질 때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미 한번 틀어진 적이 있고, 이번 휴식을 포함하면 취업 준비 계획 중 2–3주 정도 차질이 생긴 셈이지만 뭐, 스트레스 받아봐야 병만 악화될 텐데 넘기는 수밖에.
아직 기력이 다 회복되었다고 느끼진 않지만, 적어도 뭔가 할 수는 있게 되었고 지금 이렇게 글도 쓰고 있다. (15시간째 쓰고 있다… 이거 재밌네?)
회사 찾기
결국 취업 준비의 성과란, 회사에 합류하는 것이겠다. 과거와는 다르게 나만의 기준이 점점 자리 잡아가고 있는데, 앞으로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더 가질 테지만 일단 지금은 이런 기준.
- 좋은 동료들로 이루어진 팀
스타트업에서의 뼈 아픈 경험 덕에 깨달을 수 있었는데,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더라. 그래서 모든 문제는 부차적이다. 좋은 동료들로 이루어진 팀은 알아서 학습하고 성장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 주도적으로 성과를 내기 쉬운 환경
혁신은 도전과 실패를 격려하는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법이다. 물론 도전을 빙자한, 아무 근거 없이 이루어지는 책임 없는 쾌락을 말하는 게 아니다. - 개발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코드 품질은 학습과 체득의 반복이라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기술 트렌드는 UX 팀을 이끄는 동안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때문에 기술 수준이 높은 환경이길 원하는데, 제품마저도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한다면 더욱 좋고. - 한 명의 개발자보다 메이커로서, 제품과 고객 가까이서 일하는 환경
내가 언제 또 PO 제안을 받을지 모르니 더 많은 걸 보고 배워야 하지 않을까? 반드시 전향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야만 회사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충분히 전향할 의향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환경에 놓여야만 동기부여가 되는 편. - 필수는 아니지만, 매니저 트랙이 있는 회사
흔히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IC+리더+매니저 모두 담당하는 것도 좋고, 오로지 엔지니어링 매니저의 역할만 담당하는 것도 좋다. 당장 리더나 매니저가 되겠다는 건 아니고, 지금은 제대로 된 리더십과 매니지먼트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라면 충분하다. 다만 테크 리더는 관심 없는데, 나보다 뛰어난 개발자가 얼마나 많은데 굳이 내가? - 필수는 아니지만, 내가 관심 있는 도메인
덕업일치라고 하던데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재밌어 보이면 그걸로 됐다.
아직도 준비 중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기록해보았는데, 회고란 과거와 현재를 점검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함이 아닌가?
이번 회고는 사건(대부분 이력서) 위주라 내 생각을 풀어내지 못해서 아쉽지만 이는 커리어 회고에서 하기로 하고, 앞으로의 계획과 개선해야 할 일들을 가볍게 나열하고 마쳐본다.
해야 할 일
해야 할 일이 젤다랑 디아블로면 안되는 걸까?
- 스토리텔링 (커리어 회고가 먼저였다면 좋았겠지만, 시간이 없는걸?)
- 면접 준비 + 모의 면접 복기
- 코딩 테스트 준비: 프로그래머스 레벨 3까지
- 계획했던 회사의 입사 지원
- 새로운 회사 찾기
- 커리어 회고
습관 형성
- 꾸준히 학습하고 글쓰기
- 기상·취침 시간 앞당기기
- 스트레스 관리: 가능하면 스트레스 요인을 차단하기
- 제발 운동해! 하다 말다 하지 말고!!